< 이 글은 앞글에 이어 필자가 지난 2006년 필자가 속해있는 KBS PD협회보에 썼던 칼럼이다. 주제와 관련된 내용이라 가감없이 이곳에 게재한다>
<수출 1,000만불. MADE BY KBS>
작년 12월 KBS미디어는 대통령으로부터 수출 1,000만불 달성에 대한 공로로 <수출 1,000만불탑>을 수상했다. 이는 방송사 사상 처음 있는 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수출을 1,000만불이상 기록했다는 기념으로 받은 상이다. 물론 KBS의 규모나 양적인 면으로 볼 때 이 금액이 그리 큰 액수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또 겨울연가 및 드라마의 특수로 인해 기록한 반짝수치라고 가볍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수출 1,000만불 돌파는 단순히 한 드라마의 수출로서만 아니라, NHK나 BBC와 같이 해외에 KBS라는 한국 방송사의 브랜드가 알려지기 시작했음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2004년까지 KBS 프로듀서들이 만든 프로그램은 전세계 20여개국에 수출되었다. 그 장르에는 물론 드라마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일요스페셜, 연예가중계. 생로병사의 비밀, TV동화 행복한 세상, 그리고 퀴즈대한민국의 영상자료까지. 여러 장르의 프로그램들이, 제작한 PD들도 모르는 새 다른 나라의 시청자들에게 그 나라의 말로 더빙이 되어, 또 영상자료의 한 부분으로 방송되었다. 물론 프로그램 말미에는 한국어로 연출 000이라는 이름이 스크롤되면서 말이다.(우리가 BBC에서 만든 동물의 세계를 보면서 저들은 누군데 저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던 것처럼..)
<방송콘텐츠 이제 세계로 눈을 돌리다>
최근 몇 년간 방송 프로그램의 수출에 관한 뉴스가 갑작스럽게 우리 주변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욘사마니 지우히메니, 편당 수출액이 얼마를 돌파했느니 하면서 말이다. 실제 수치상으로 방송프로그램 수출은 최근 7년간 평균 33%로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한류를 이끌어나가는 장르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즉, 드라마나 몇몇 스타에 의존한 한류보다 이제는 다양한 장르로 그 분야를 확산하여 한류를 이어가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해외프로그램 마켓에 나가보면, 드라마에 관심있는 바이어가 95명, 나머지 장르에 관심있는 바이어 5명가량일 정도로 드라마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 우리나라 프로그램 수출의 현실이긴 한 것 같다. 현재 전세계 해외프로그램 수출 5위권인 일본의 NHK만 보더라도 다양한 장르의 다큐멘터리가 쉼없이 해외에서 방송되고 있으나, 우리 프로그램 중 드라마를 제외한 여러 우수 프로그램들이(물론 몇몇 프로그램들은 이제 막 시도되고 있다고 하나..)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사실이다. 필자는 여기서 ‘왜?’라는 의문을 가져 본다.
<첫시도. 착오의 연속. 그러나 값진 경험>
수년간의 기획으로 방송된 다큐멘터리 ‘도자기’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왕복선 만드는 법과 송나라 시대 도자기 제조법은 같았다’ ‘하나의 물건에 각 문명이 융합되어 있다’ 도자기를 소재로 아시아, 이슬람 등 각 문화권이 어떻게 나름대로 융합되어 나타났는가 등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문명사적 내용을 흥미있는 접근법을 통해 시청자들과 전문가들에게도 호평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방송에서는 호평을 받았던 이 다큐멘터리가 실제적으로 또 하나의 큰 목적이었던 2차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아직 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저작권 및 기타 여러 가지 제반 문제로 인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원인은 간단하다. 현장의 PD들은 이 프로그램이 편당 제작비 2억원, 총 제작기간 3년이라는, 국내 다큐멘터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기념비적인(내용적인 면이나 투자된 기간이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이상의 무엇을 추구했던 이상(理想)과 기존의 제작시스템이 기준이 된 제작현장의 현실(現實)을 깨우치게 한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한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을 담당했던 신재국PD는 “우리나라에는 다큐멘터리 수출에 관련된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방송이상의 무엇을 추구해야 한다는 구호에 비해 현장의 담당 연출자들이 풀어야 할 업무가 너무도 생경했다.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기초자료 수집에 대한 어려움은 둘째치고 취재시 확보해야 할 저작권문제부터, 초상권, 자료권리 확보 등 방송이라는 목적외에 수출이나 콘텐츠로서의 활용을 위한 모든 부분이 기존의 방송만을 목적으로 해온 제작시스템으로는 진행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짧은 해외취재기간에 많은 부분을 (가급적 모든 대처능력을 동원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 와야 하는데 익숙해진 우리 PD들에게 콘텐츠활용이라는 새로운 부가적인 목적만이 추가된 제작의 요구는 어떻게 보면 이제 갓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 아빠’ 소리를 듣고 싶어 채근하는 성급한 부모의 마음과 같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개념으로 접근을 시작했다.’라는 그 사실만으로도 KBS와 연출자들이 갖게 된 값진 경험과 새로운 고민이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새로운 가치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말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태어나는 실크로드>
현재 일본 NHK에서 제작되어 방송중인 신(新)실크로드
중국서안에서 출발, 중앙아시아의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과 고원을 넘어, 중동을 지나 지중해에 이르는 문명의 흔적, 영상과의 완벽한 조합을 이루는 테마곡...
지난 80년대 NHK에서 제작되어 전세계에 일본다큐멘터리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던 실크로드가 다시 새롭게 제작되고 있다. 그런데 NHK는 이 프로젝트를 최대한 글로벌 콘텐츠화하려는 모양새다. 우선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첼리스트 요요마가 이 프로그램의 음악감독을 맡아 전체 프로그램에 그의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다. 1편에서 재미를 본(?) 이 프로그램의 음악이 방송과 동시에 사운드트랙으로 발매될 것은 예상되는 일이다. 또한 실크로드를 촬영하면서 동행한 사진작가의 촬영사진들이 프로그램 방송과 동시에 화보집발간에 들어가고, 일본내에서 방송에 맞추어 대규모 사진전시회를 여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80년대에 방송했던 실크로드 1편을 모두 디지털화하여 2편 방송기념으로 방영이 계획이 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新실크로드의 방송은 2005년초 일본 방송계의 핫이슈다. 이미 80년대 실크로드 1편을 통해 수십여개국에 NHK다큐멘터리 제작의 우수성을 알려본 적이 있는 일본이 최근에 제작한 4대문명 시리즈에 이어 다시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장기적으로 기획한 큰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NHK와 이 프로그램 관련 협상을 진행중인 국제협력팀의 이영준PD는 ‘이 프로그램은 NHK가 그동안 오랫동안 쌓아왔던 글로벌프로젝트의 시스템을 잘 나타내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NHK는 이 프로젝트에 편당제작비 8억원과 두명의 EP(Executive Producer- KBS의 CP개념으로 이해)를 배정했다. 한 EP(제작연출팀)에게는 제작에 관련된 책임을, 다른 한 EP(프로듀싱팀)에게는 콘텐츠로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마케팅, 홍보, 해외세일즈, 공동제작 등의 책임을 배정하였다. 한 프로그램과 관련된 두 팀은 세분화되어 제작과 콘텐츠활용, 저작권확보 등 전략수립을 동시에 진행했다. 여기서 우리는 이 팀의 업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듀싱팀은 중국에서의 원활한 촬영을 위해 1편 제작때와 마찬가지로 기획단계부터 이미 공동제작의 이름으로 중국의 CCTV를 참여시켰고, 방송과 동시에 벌어지는 사진전 등 각종 이벤트와 프로모션들을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각 여행사와 함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실크로드 여행상품을 기획하여 프로그램에서 보여진 장소를 찾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제작과 동시에 세계 각국 방송사의 협상테이블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공동제작투자, 프로그램구매 등 다양한 방식의 계약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에서의 반응, 시청률등을 시시각각 협상자료로 보내고 있다. 캐나다, 독일 등 이미 10여개 나라에서 방송이 확정되었고, KBS도 현재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이런 부분에 생경한 우리 입장에서는 이들의 제작시스템을 눈여겨 볼만하다. KBS의 경우도 이런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국제협력, 전략 등 관계부서와 수출을 담당하는 KBS미디어가 후속시장 마케팅에 관한 TFT를 구성하여 2차활용을 위한 제반작업(시장동향조사, 사전판매 등)을 프로그램 제작과 동시에 진행하고 담당연출자는 제공된 동향 및 자료 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 연출에 전념하는 시스템은 현재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제반사항의 해결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런 시스템의 도입이 가져올 수 있는 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 문제와 더불어 제작에 관련된 사항은 어떠한가?
<BBC의 스타콘텐츠, 과학다큐멘터리>
과학 다큐멘터리는 문화적 할인율이 가장 낮은 분야에 속하기 때문에 해외수출에 있어 가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분야이다. KBS는 사이언스21, 생로병사의 비밀 등 국내 공중파 3사 중 과학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편성하고 있다. 이중에 생로병사의 비밀은 대만TTV로 수출되어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고 하니 건강이라는 아이템이 가진 주제의 공통성과 KBS의 간판프로그램으로서 호평받고 있는 프로그램 자체의 우수성이 해외의 시청자들에게도 관심을 끌고 있는 듯싶다. 드라마를 제외한 장르로서 해외에 수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선구자적 프로그램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과학프로그램의 경우 장비, 인원, 제작기간 등이 적정 수준에 못미치는 현실에서 현재 수준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은 순전히 담당 PD들의 헌신적 노력, 개인적 능력의 소산이라고 말한다.
세계에서 과학다큐멘터리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방송사 중의 한 곳이 영국의 BBC다. 2003년 BBC worldwide는 과학다큐멘터리 수출에 힘입어 약 1억2천만파운드(한화 2,400억원)의 프로그램 해외판매실적을 올렸고, 3,240만파운드(한화 640여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8부작 ‘Walking with dinosaurs'의 경우 3년여의 제작기간과
사진출처 :http://www.bbc.co.uk/dinosaurs/
첫 번째, 제작 노하우의 지속성이다. Walking with Dinosaur의 경우, 방송당시 1,500만명의 영국 시청자들과 세계 방송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컴퓨터 애니메이션 작업노하우 및 제반기술이 이후 연속적으로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를 만드는데 이용되었다는 점이다. Walking with라는 제호와 함께 말이다. 즉, 공룡움직임의 알고리즘을 고대맹수(walking with beasts)와 원시인(walking with caveman)으로 바꾸어 놓았으므로 추가제작에 들어가는 그래픽비용은 많이 줄였다는 이야기다. 또한 기반 기술은 다른 과학관련 프로그램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과학프로그램분야에 그래픽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경향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9월 방송영상진흥원에서 개최된 과학프로그램 관련세미나에서 책임연구자인 권호영연구원은 우리방송계의 취약점으로 이 부분을 지적했다. KBS에서 지난 1999년 방송한 한반도 30억년의 비밀’은 ‘쥬라기공원’에서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획기적인 CG테크닉을 개발했다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 제작관련 PD, 스탭들이 전혀 다른 분야의 프로그램에 투입되면서 이 때 만든 CG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느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지속적인 제작노하우 계승과 개발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제작 예산에 관한 문제이다.
세계적 수준의 스타콘텐츠의 제작비용과 소요기간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예를 들어 앞에 설명된 Walking with dinosaurs의 경우 120억원의 제작비투자에, 투자비에 열배가 넘는 1,200억원의 수익을 BBC에 가져다 주었지만, 국내 제작환경상 KBS는 물론 어느 방송사에서도 이렇게 거액의 프로그램 제작비와 장기적인 제작기간을 선뜻 결정할 수 있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투자대비 열악한 국내 콘텐츠 유통시장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 등 프로그램의 새로운 활용에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우리 입장에서 글로벌하며서도 독특한 우리만의 소재개발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스케일에 눈을 맞추다보면 비슷한 장르의 저예산 영화가 눈에 차지 않는 현상처럼 다큐멘터리의 경우에도 투여제작비에 따라 바이어의 관심도가 달라지는 해외 프로그램 시장의 속성상 어느 정도의 제작비 투자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타방송사에서 최초로 세렝게티를 취재해온 프로그램의 연출자가 제작후기에서 ‘완전히 깡으로 찍어왔다’라는 말처럼 제작PD의 깡과 오기에 나머지를 맡기는 것만으로 세계시장을 두드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현 상태에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할 수 있는가? 우리와는 상대가 안되는 서구방송사의 제작비, 시스템, 전문가양성 등 거쳐야 할 많은 산을 언제 어떻게 다 넘을 것인가? 이 글을 읽는 PD들은 역시 무리야.. 저런 제작비를.... 꿈도 못꿀 소리...그냥 하던대로나 잘하지.. 하고 자괴감에 더 휩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담당연출자의 이름만으로도 수십억대의 선판매를 이끌어내는 BBC의 다큐멘터리 스타연출자 David Attenborough(BLUE PLANET, LIFE OF PLANTS 등을 만든 연출자)의 명성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는 법... 우리가 관심을 가져볼 분야가는 분명히 존재한다..
<해외공동제작으로 푼다>
해외의 여러 유수다큐멘터리 제작사들은 높아지는 제작비와 비용으로 인해 공동제작을 통한 문제 해결을 수년전부터 모색해왔다. 몇 년전 필자가 참가했던 칸느의 프로그램 견본시에서도 컨퍼런스의 메인아이템 중 하나가 다큐멘터리의 공동제작이었다. 점점 높아져가는 제작비용과 시청자들의 눈높이, 발달하는 타매체의 기술 등 단독으로 한시리즈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점차 힘들어져만 가는 시기이므로 많은 해외방송사의 프로듀서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분야이다. 필자가 당시 접촉해보았던 National Geographic社의 부사장(Janet Han)은 한국의 방송사도 공동제작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또한 그들이 계획하고 있던 몇몇 글로벌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참여를 타진하기도 했다. 물론 제작비 참여규모, 그들의 프로세스를 따라야 한다는 점(우리의 상황과 맞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로 인해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지만, 이제 우리도 드라마 장르외의 프로그램 해외수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상 이런 부분에 대한 해외의 움직임에도 관심을 보여야 하지 않는가 싶다.
이런 공동제작은 프로그램의 공유, 제작비 절감과 제작 노하우 교환등의 잇점과 아울러 제작, 방송, 유통 개념의 국제화 작업은 물론 제작과정의 선진화와 완성도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정호영, 영상포럼 21호) 특히, 프로그램 수출의 다변화를 꾀하게 된 지금의 시기야 말로 공동제작에 대한 사전 연구와 조사를 통해 서서히 시스템을 준비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예를들어, 작년 10월 PD연합회가 개최한 한중일PD포럼에서 3국의 PD들은 한중일의 공동제작으로 아시아환경문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명분상으로 이제 한국의 아시아의 허브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의 KBS가 이런 부분에 대해 관심을 두고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KBS 방송문화연구소의 탁재택박사는 방송문화연구 16권‘KBS의 국제적 위상강화전략이라는 기고를 통해 ‘프로그램 국제 공동제작은 범기독교 문화권이 중심이 된 유럽연합의 경우가 시사하는 것처럼, 문화적 정서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한국 · 중국 · 일본 간의 협력 체제를 기초로 공동제작 시스템의 노하우를 축적해서 지역적, 전략적 허브를 육성한 후 세계 권역으로 공동제작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방법론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국가간 공동제작은 투자액, 참여범위, 판권배분 등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새로운 문제들이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국제시장에 KBS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고, 여러국가와의 제작노하우 및 트랜드 파악에도 가장 유리한 대안이기도 하다. 실제로 THE CITIES(전세계 도시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시리즈 등 글로벌한 아이템으로 프로그램을 배급하고 있는 유럽의 EUROPE IMAGE와 같은 배급사들은 로컬제작, 글로벌배급이라는 개념하에 우리와의 공동제작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실 아시아를 제외한 국제 프로그램 마켓에서 한국 방송사의 브랜드인지도는 매우 낮은 현실이며.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영상물은 문화상품이라는 특성 때문에 아시아 시장을 제외한 선진국 시장진입에 있어 성공사례가 없이 높은 가격을 받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공동제작을 통해 구미 선진 방송사 및 유명 제작사의 브랜드를 함께 업고 들어 갈 수 있다면 마케팅 및 제작시스템 측면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특히, 자본투자를 통한 단순 제작참여보다는 직접 제작 및 배급과정에 참여하고 노하우를 습득해나가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주체 또한 PD들이 앞장 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방송과 그 이상의 무엇을 요구하기 시작한 시대가 되었다. 이제 일선 PD들의 이에 대한 관심이 그 시작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다음 이야기
다음호에는 실제적으로 수출이나 콘텐츠화를 하기위해서 우리PD들이 알아둘 필요가 있는 내용은 무엇이고, 현재 제작시스템에서 어떤 부분의 보완이 필요한지에 대해 제작실무의 관점에서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현재 해외의 새로운 트랜드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 포맷판매에 대한 내용도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