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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콘텐츠이야기 - 콘텐츠로 돈벌기

콘텐츠의 확장 - 2007년 PD협회보 기고문

본 원고는 내가 2007년 12월자 PD협회보에 쓴 글이다. 편집자는 이 글에대해 조금은 선지자가 던진 글이라고 표현했다.. 선지자??? 이미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TV와 경쟁하는 휴대폰

 며칠 전, 국내 유명 이동통신회사 사장의 인터뷰기사가 내 눈을 끌었다. “이동통신 시장이 시장점유율(Share Of Market)경쟁에서 고객의 시간을 더 확보하기 위한 시간점유율(Share Of Time)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젠 드라마, 축구 중계와도 경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디지털카메라, 노래방, 쇼핑, 교통정보, DMB 등이 휴대폰 중심으로 융합되면서 모바일산업이 (타매체와)시간점유율 경쟁을 시작했다”는 이 인터뷰 기사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텔레비전으로 소비하는 전형적인 <텔레비전 여가소비세대>가 주를 이루었다. 즉, 시간점유율측면에서 가장 압도적인 1위는 언제나  드라마를 볼 수 있고, 스포츠를 볼 수 있는 텔레비전이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게임으로 대변되는 컴퓨터가 점차 그 자리를 메꾸기 시작했고, 여기에 휴대폰도 텔레비전과 경쟁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싶은PD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형식이 되었던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줄어드는 요소가 늘어난다는 것이 결코 유쾌한 일만은 아닐 것 같다. 그러나, 조금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닌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용카드로 TV를 보는 세상

 TV 드라마를 보기위해 빨리 집으로 돌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간엔 길거리에 차도 사람도 거의 없었다. 심지어 먼 과거가 되었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제목이 <퇴근시계>로 바뀌어 불린 적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제 다시 그런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듯 싶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았고, 굳이 집까지 동동 거리며 가지 않아도 될 만큼 다양한 미디어들이 우리 주변으로 프로그램을 실어 나르고 있기 때문이다. 즉, TV시청률을 기준으로 보면 다양한 매개체의 출현이 텔레비전의 소비시간을 줄였을지 모르나, 개별 프로그램별 기준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DMB, 위성, 케이블 TV, IPTV, P2P다운로드, VOD 등 하나의 프로그램이 광의의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이 등장했고. 이는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컴퓨터, 휴대전화, PMP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서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얼마 전엔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신용카드도 출시되었다고 하니 이젠 00신용카드 사용자들의 시청률은 얼마,  XX 신용카드 시청률은 얼마...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시청자의 측면에서 매체의 확장이 시청행태의 변화를 불러왔다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제작자 측면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가? 지난 2007년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MIPTV 컨퍼런스에서 BBC의 CIO(최고정보책임자) 애슐리 하이필드는 <DISTRIBUTION OR DIE (배급할 것인가 죽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BBC가 표방하는 최근의 전략변화를 나타내기도 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 발표의 요지는 <새롭게 등장하는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BBC콘텐츠를 공급함으로써 세상사람들이 이제 TV만이 아닌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BBC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과 <그렇지 않으면 BBC는 소멸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전 세계 공영방송의 역할모델(Role Model)로 자주 등장하는 BBC에서도 이제 방송사의 생존과 소멸을 이야기 할 정도로 뉴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적응에 긴장하는 것을 보면, 정말 말 그대로 <텔레비전 = 방송>의 개념은 이제 옛말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채널 브랜드 VS 프로그램 브랜드
 
앞에 설명한  BBC가 여러 가지 플랫폼을 활용 BBC콘텐츠를 소비자에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달하려는 것은 뉴미디어시대 채널브랜드 확장을 통해 그 영향력을 유지, 확대하가 위함이다. 아직 PD들에게 기존의 개념전환을 채근할 만큼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이 약해지거나 다른 매체의 영향력이 강해지지는 않았지만, 앞에 설명한 여러 가지 조짐을 보았을 때 우리도 이 변화에서 점차 자유롭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제작자 입장에서 수동적으로 확장해나가는 개념보다, 아예 프로그램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능동적인 대처방안도 생각해 볼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즉, 프로그램이 소비되는 1차 윈도우가 텔레비전, 2차 윈도우가 DMB 및 온라인 VOD, 3차 윈도우가 기타 매체라면, 각 윈도우에 맞게 준비한 작은 장치들이 해당 프로그램의 브랜드가치, 즉 프로그램의 영향력 확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그 시도 방법 및 진행과정은 복잡하겠지만, 기준 모델을 만들어 볼 만한 일이라고 본다. 필자는 조만간 모 프로그램 제작팀과 협력하여 이에 대한 실제 시도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음에 이 지면을 통해 케이스를 소개할 수있는 모델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시청율, 시청점유율에 익숙해있는 PD들에게 경쟁방송사와의 시청률경쟁이 아닌, 완전 다른 개념으로 접근하는 시간점유율 경쟁이란 말은 정말 뚱딴지 같은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측정되는 TV를 통해서가 아니라, 측정되지 않는 다른 다양한 매체를 통해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찾아가고, 그를 통한 프로그램 브랜드 확장은 영향력으로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이맘때 쯤이었나? 당시 웃음충전소를 연출하던 김석현PD는 필자에게 지나가는 말로  “<타짱>이란 코너가 생각만큼 시청률이 안 나온다. 그런데 텔레비전보다 인터넷에서 더 난리다”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와 <만약 인터넷 반응도까지 시청률에 들어간다면 1등하겠다>고 우스개 농담을 두고 받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때 대화했던 대로 언젠가 기존 개념의 TV시청률이 아닌 <얼마나 많은 시청자를 그 프로그램 앞에 잡아놓을 수 있는가> 하는 시간점유율이 새로운 기준으로 적용될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