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06년 필자가 속해있는 KBS PD협회보에 썼던 칼럼이다. 주제와 관련된 내용이라 이곳에 게재한다. 이해를 위해 시점이 좀 된 글이란점을 밝혀둔다.
“프로그램?? 콘텐츠??”
조과장의 하루
부산에 사는 35세의 조한상과장, 오늘은 중요한 업무를 위해 저녁 비행기로 프랑스출장을 가는 날이다. 아침 7시 기상, 그는 TV를 켜고 뉴스광장을 보면서 아침을 시작했다. 오전 1O시, 부산역에서 서울로 출발, 조과장은 KTX의 모니터에서 나오는 가족오락관과 VJ특공대를 보면서 서울역에 도착했다. 오후 1시30분,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안, 사람들의 시선은 엊그제 방송되었던 ‘쾌걸춘향’에 집중되어 있다. 김과장의 시선도 어느새 모니터로 향해있다. 오후 5시, 비행기에 탑승한 그는 기내식을 먹고, 좌석 앞 모니터로 방송되기 시작한 KBS다큐멘터리를 시청하다가 잠이 들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 후 프랑스의 호텔에 도착한 김과장이 호텔의 TV를 켜고 선택한 채널은 KBS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KBSWORLD채널이었다.
위에서 묘사된 가상인물 조과장의 하루는 미래의 상황이 아닌,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실제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KBS PD들이 땀흘려, 또 머리를 써서 만드는 프로그램은 이제 텔레비전으로 방송되고 난 후, 재방송을 기다리며 테잎관리실로 직행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이름으로 이미 지하철에서도, 기차에서도 또 비행기안에서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인터넷VOD를 통해, 케이블, 위성을 통해, 판매되는 DVD를 통해, 또 해외방송사에 수출되어 해외시청자들을 TV앞으로 모으고 있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KBS PD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은 이제 영화의 소재로도, 모바일게임의 소스로도 사용될 정도로 많은 활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모두 콘텐츠라는 이름하에서 말이다.
DMB, 와이브로 등 새로운 플랫폼 출현으로 더욱 다양화되고 중요해질 콘텐츠 유통의 세계. 이제 PD들도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어떤 형태로 콘텐츠화 되고 있는지 잠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어느 나라에서 어느 피부색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방송이 되고 있는지, 또 어떤 형태로, 어떤 매체를 통해 시청자(혹은 소비자)에게 노출되고 있는지 인식의 경계를 확장해 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왜? 그 이유는 차차 풀어나가기기로 하고 우선, 현재 KBS의 어느 프로그램이 어떤 형식으로 세상에 나와 있는가 부터 알아보기로 한다.
다운로드 TOP3. 불멸의 이순신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휴대폰을 보면서 무언가에 집중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동전쌓기, 프로야구 등 많은 모바일게임이 휴대폰 사용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작년 한해 모바일게임 중 가장 많은 다운로드를 받았던 게임 중의 하나가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게임이다. 물론 이 게임은 현재 방송되고 있는 KBS대하드라마의 제목이고,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소재 및 제목사용권을 판매하여 제작된 모바일게임이다. 작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휴대폰 화면안에서 지략과 힘을 바탕으로 적을 물리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게임은 작년 한해 해당통신사 선정 다운로드 3위안에 드는 인기를 누렸다. 물론 모바일 게임 시장이 아직 막대한 수익을 내는 시장은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 한 편의 제작비에도 채 못미치는 수익이 났지만, 모바일 게임이라는 신규분야에서 TV프로그램과 연계된 콘텐츠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상이다.
이미 출발 드림팀, 공포의 쿵쿵따, 무인시대. 뮤직뱅크 등 KBS의 인기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이 게임화 되어 서비스 되었으며 지금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해신’도 곧 게임으로 개발되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장르 또한 퀴즈, 액션, 롤플레잉게임 등 다양해지는 추세로, 방송소재 모바일콘텐츠가 점차 인기있는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모바일게임은 연출자 측면에서는 추가비용없이 프로그램 인지도 상승을 누릴 수 있는 홍보 수단으로 인기가 있고, 부가적으로 게임라이센스 사용료의 일정 부분이 KBS의 부가수익이 되는 두가지 효과가 있다. 쿵쿵따의 경우 모바일게임에 상위랭크된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간접적으로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시도되기도 했다.
개그콘서트와 같은 인기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갖가지 유행어가 벨소리, 컬러링으로 많은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모바일이 의사소통의 원기능에서 콘텐츠 수용의 매체역할을 하는 환경으로 바뀌는 시기이므로 아직 2차적 활용에 대한 수익은 적지만, 향후, 출현할 다양한 매체들을 볼 때 콘텐츠의 부가가치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만간 방송을 소재로 한 IT관련 콘텐츠활용은 아마도 한국이 세계콘텐츠시장의 모델이 될 듯 싶다.
영화보다 많이 팔리는 드라마 DVD 셋트
이제 생활의 한 부분이 된 DVD,
최근 드라마 셋트물을 위주로 방송드라마 DVD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가을동화, 겨울연가, 러빙유, 낭랑18세, 그리고 최근에 막을 내린 풀하우스, 미안하다 사랑한다까지... 드라마 DVD시장은 아직 큰 시장은 아니지만, 점차로 증가추세에 있다. 드라마 매니아층들에겐 방송종영 후 출시되는 DVD의 소장이 이미 새로운 트랜드가 되었다. 극장에서 보지 못한 장면, 메이킹필름 등 추가되는 부가영상 때문에 DVD를 소장하는 영화 매니아층이 늘어나고 있는것처럼, DVD로 생산되는 방송 프로그램은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들이 첨가되기도 한다.
며칠 전 출시된 드라마 풀하우스 DVD의 경우,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회당 10여분 정도의 삭제장면이 매회 추가되면서 <DVD DIRECTOR'S CUT>으로 출시되어 매니아들을 기대하게 한다는 기사를 볼 수 있었다. 방송시간에 걸려 아쉽게 들어낼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이 DVD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겨 매니아들에게 새로운 기쁨을 주는 것이다.
DVD제작에 앞서 KBS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첨가되기도 하고, 프로그램관련 보도, 연예프로그램, DVD를 위해 제작된 메이킹필름 등 다양한 부가영상이 첨가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2차적으로 활용되는 콘텐츠는 방송과 또 다른 색깔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DVD라는 매체는 단순히 몇세트가 팔리고, 얼마의 수익이 올랐는가 하는 수익적인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해외에서 방송권뿐만 아니라 DVD수입에 대한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일부 외국의 한국드라마 매니아들은 한국에서 종영된 드라마가 자국에서 방송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 직접 드라마셋트 DVD를 구매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작은 KBS브랜드 홍보가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DVD를 플레이했을 때,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이 영화가 어느 곳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자유의 여신상 비슷한 여인이 나오는 콜롬비아의 영화, 사자가 크게 울부짖는 모습을 제일 처음에 보여주는 MGM의 영화,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다큐멘터리의 위대함을 보여주었던 BLUE PLANET의 다섯장짜리 DVD셋트에도 물결무늬의 BBC로고가 선명히 처음을 장식한다. 이는 DVD 로딩 후 처음 뜨는 화면은 항상 DVD 제작, 배급사 아이디 화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외 시청자들이 찾는 KBS 프로그램 DVD 또한 KBS의 브랜드가 제일 처음을 장식한다. 해외에서 DVD를 구매하는 시청자들은 본인도 모르게 KBS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시작하는 것이다. 수익도 올리고 이미지도 알리고.... 그렇다면 이런 측면에서 일거양득인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무엇이 갖추어져야 하는가?
200만권의 신화, 그리고 무대로 이어진 감동. TV동화 행복한 세상
많은 PD들이 알고 있지만, 800회 방송을 맞이한 TV동화 행복한 세상은 프로그램 제목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에 대한 감성을 알려준 프로그램이다. 지금 현재도 TV를 통해, 다섯권의 책을 통해, 또 무대에서 보여진 연극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행복바이러스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3년전에 출판된 이 프로그램관련 서적은 현재도 스테디셀러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많은 이들은 매일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후광을 받았다라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서적과 연극의 성공이 단순히 프로그램의 영향력때문이라고만 말하지는 않는다.
도서를 출간하기 전, 이 책을 출판하고자 하는 편집장과 책디자이너 및 담당PD는 본관 3층의 작은 시사실에서 1회부터 끝까지 이 프로그램의 전 방송분을 3일 밤낮을 걸쳐 함께 모니터했다고 한다. 방송에서의 감성과 2차콘텐츠의 감성이 어긋나지 않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택한 방법이었다고 하니, 얼핏 생각하면 기본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당연한 과정이지만, 실제로 연출자나 제작회사나 그 시작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 결과인지 몰라도 이 프로그램의 서적은 200만권이 넘는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동시에 프로그램의 인지도도 올라가고, KBS에 저작권 수입을 25억원이상을 넘게 안겨준 효자(?) 프로그램이 되어 현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2차적 콘텐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시기, TV로 방송되는 프로그램과 2차적 콘텐츠의 영속성이 매우 중요함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의 명성에 어긋나지 않는 2차 콘텐츠의 고급성과 작업에 참여한 스탭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KBS는 공신력을 가진 브랜드로서도 사회전반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도 다양하게 브랜드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 KBS는 방송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새롭게 창조되는 2차콘텐츠 비즈니스에서도 신뢰도 있는 브랜드 유지가 필요하다. 즉, 고객들에게 (2차콘텐츠는 방송의 시청자와 달리 구매를 원하는 수요층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므로 고객이라 칭하자) KBS의 2차 콘텐츠를 접하면서 방송이 구축해놓은 신뢰감있는 브랜드를 유지하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필요성이다. 브랜드의 유지?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떠한가?
호주공영방송 ABC의 콘텐츠숍
호주 시드니, 시티의 쇼핑몰에 위치한 ABC숍. 호주의 공영방송 ABC에서 운영하는 콘텐츠전문 숍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ABC에서 방송한 프로그램들이 DVD상품으로, VHS상품으로 다양하게 전시가 되어있음을 볼 수 있다. 다이애나비 죽음의 미스터리를 다루었던 다큐멘터리부터, 시사, 교양, 드라마,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상품화되어 판매되고 있다.
상점의 또 한 쪽에는 프로그램 제작에 관련되어 ABC 및 영국 BBC를 포함한 각국 공영방송사에서 직접 출판한 전문서적부터 프로그램관련 화보집들도 다양하게 전시되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물론 방송된 다큐멘터리의 제작기부터 드라마의 대본모음집 등 모든 것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도서들이다. 특히 다큐멘터리관련 서적의 경우 프로그램에서 모두 다루지 못했던 다양한 학설과 인터뷰내용, 희귀자료 등 웬만한 전문서적보다 더욱 심층적이고 새로운 내용들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수천 분에 해당하는 자료조사 및 취재를 진행했던 PD의 입장에서는 50분에 불과한 방송시간으로 인해 아쉽게 잘라내야 했던 부분들이 다시 담길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이 마련되는 것이다. 책표지에 해당 방송사의 로고와 담당연출자의 이름이 자랑스럽게 붙어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콘텐츠활용에서 가장 활발하다고 할 수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ABC가 제작하고 최초로 미국에 수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 'THE WIGGLES’는 일반 방송판을 시작으로 주제별로 편집된 모음, 기획되어 공연된 뮤지컬실황, 책, 캐릭터 등 다양한 장르의 상품으로 개발되어 어린이 섹션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물론 관련 도서 및 캐릭터 상품들에도 ‘copyright ©ABC'라는 문구가 선명히 박혀있다.
일본의 동경에 위치한 NHK숍도 런던에 위치한 BBC숍(http://www.bbcshop.com)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BBC다큐를 보고 그에대해 더 알고 싶은 시청자는 BBC숍으로 찾아가고, NHK의 실크로드를 간직하고 싶은 사람은 NHK를 통해 실크로드 DVD나 화보집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말할 것도 없고 방송브랜드의 신뢰도 또한 배가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런 상황을 위해 어느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하는가? 해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그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사전기획이란 말이 빠지지 않는다.
콘텐츠화? 물론 좋다. 사전기획?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프로그램 수출? 두말 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 말들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열정이 필요한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BBC와 NHK가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사전기획을 하고, 열정을 투자하게 된 배경, 결국 또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만큼 중요한 것 또한 이에 대한 우리 연출자들의 깊은 관심과 마인드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계속되는 이야기들.
앞으로 2회에 걸쳐 KBS프로그램의 다양한 콘텐츠화를 소개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KBS미디어에서 진행하는 현재의 콘텐츠 비즈니스와 수출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 또 BBC WORLDWIDE나 NHK ENTERPRISE에서 자사의 프로그램이 어떤 형식으로 콘텐츠화 되어가는지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조망해보고자 한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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