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방송가가 시끄럽다. 한 여배우가 촬영을 거부하고 외국으로 출국한 사건으로 방송은 결방으로 이어지고 제작사와 방송사간, 그리고 제작사와 배우소속사간 논쟁이 말그대로 점입가경이다. 기사에 나오는 원인중에는 스탭들로부터 주인공여배우의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기사도 나온다.
드라마 제작을 진행하고 있는 입장에서 참 속이 답답하다. 드라마에 참여하는 모든 인력들이 항상 좋은 분위기에서 화기애애하게,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책무를 가진 것이 또 프로듀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0여명이 넘는 스탭과 배우들이 작업하는 드라마 현장에서 감독부터 연출부 막내, 조명, 미술팀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을 챙기는 것은 말 그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날은 누가 아프고, 어느 날은 현장에서 고성이 오가고, 하루하루 말 그대로 인간사회가 만들어내는 각종 모습들이 드라마 제작현장에는 그대로 나타난다.
그래서, 사실 누가 잘못을 했고 누가 욕을 먹어야 하며 누구는 선의의 피해자다라는 말을 하기는 참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금 내가 모르는 사이, 우리 드라마의 현장에서도 누군가가 섭섭함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가진 섭섭함이 잠깐의 속상함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제작 현장의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들만큼 치명적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다독이고 조율해야 하는 것이 프로듀서들이 가지고 가야 할 큰 역할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 조차도 이런 부분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도 현장에 조금 더 나가보려 하고, 스탭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려하고, 배우들의 힘든 점을 더 챙겨보려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제작 프로듀서만이 잘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각 파트의 대표자들(조명, 미술,카메라, 장비, 오디오감독 등등 소위 현장에서 오야지로 불리우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을 콘트롤 해야 하는 조연출)이 그 역할을 잘 조율하고 협의해나가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또한 그들이 나서서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듀서들은 이들이 조율해나갈 수 있는 소통의 장(場)을 만들어주는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프로듀서는 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사람일 뿐, 그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들어줄 수는 없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소통인 듯 싶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현장에서의 소통이 막힘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계속 신경을 쓰고 그 판을 만들어줘야 한다.
로 나온 허정규배우의 마지막 촬영이 있었다. 남양주에서 진행된 밤 촬영에서 최종 촬영을 마치신 이순재선생님께는 제작팀들이 준비한 자그마한 케익과 선물이 전달되었다. 케익과 선물, 이 둘은 다 합해야 얼마 되지 않는 자그마한 것이다. 현장을 마무리하고 떠나는 대선배에게 드리는 방송판 후배들의 감사 인사였다. 전 날 밤을 세우고 촬영을 진행중인 모든 스탭들이 선생님의 현장에서의 마지막 말씀에 모두 한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드렸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배우에게 스탭들에게 촬영장에서 배우가 나가고 들어오고는 일상다반사이니, 당연한 일상에서 굳이 특이함을 챙길만한 여력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소한 부분에서 현장의 분위기는 결정되지 않느냐는 후배프로듀서들의 의견이 현실화된 것이다.
그리고 , 이순재선생님이 이 드라마에서 가지고 있는 존재감면에서 그리고, 여러 후배들의 귀감면에서 당연히 배우로서의 대우를 받으실만한 분이라는 것이 의사결정에 있어 가장 중심에 있는 면이었다.
배우에 대한 대우는 때로는 무언가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나, 그 기저에 깔린 진심은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순재선생님은 모든 스탭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현장을 떠나실 수 있는, 배우로서의 대우를 본인이 직업 말씀하지 않으셔도 우러나옴의 진심을 깨닫게 하는 배우다.
그동안 수고하신 이순재선생님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종방연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