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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MBA

PD는 CEO다- 훌륭한 CEO의 조건

 

10개월이 지나는 나의 MBA생활을 돌아보며ㅡ 내가 있던 곳과 내가 서있는 곳에 대해 쓴 글이다.
이번 KBSPD협회보 180호(2009년 10월 21일자)에 실렸다.  참 오랜만에 블로그에 포스팅해본다.


  
HULU.com이라는 동영상 사이트가 불과 1년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u-tube에 버금갈 만큼 성공을 거두고 있는가? Microsoft yahoo에 제시한 45억달러의 인수제의는 적절하게 평가된 가치인가? 10년이 넘는 직장생활, 그 나이에 무슨 공부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케이스와 쉴새 없이 쏟아지는 과제들, 새벽까지 이어지는 팀프로젝트 등 혹독한 MBA생활을 시작한지도 이제 10개월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이 길지 않은 10개월의 시간이 그 동안 해왔던 나의 일과 내가 서 있는 곳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 같다. .

 

 케이스, 케이스, 케이스

 내가 공부하고 있는 카이스트MBA는 비즈니스 스쿨이라는 특성상 주로 현장에서 벌어진 케이스 분석이 수업의 주종을 이룬다. 특히 전공이 정보미디어에 특화된 과정이라 주로 IT와 미디어 산업에 집중된 케이스를 다루고 있다.

 기억에 남는 아이템 중 하나가 지난 학기 산업분석이라는 과목의 발표 과제로 다루었던 애플케이스다.

앱스토어라는 혁신적인 콘텐츠시장체계를 완성하여 미국내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갖게 된 애플, 이들의 전략을 분석하고,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팀프로젝트에서 논의해야 된 내용이었다. 이 케이스에서 말하고자 하는 애플의 전략은 바로 앱스토어의 오픈마켓 전략이다. 그들의 수익은 그 콘텐츠를 통해서가 아니라 콘텐츠가 구현되는 아이팟의 엄청난 판매를 통해 대부분 이루어진다. 애플은 생산자에게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게 하고, 그 이윤을 대부분 생산자가 갖게 한다. 생산자에게 이익률이 높으니, 만들어지는 콘텐츠의 양이 늘어나고, 오픈 마켓 특성상 내부에서 경쟁이 벌어지니 점점 개발되는 콘텐츠의 질이 좋아지고, 기기를 통해 사용될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갈수록 아이팟의 구매율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통해 수익을 낸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이다 

 콘텐츠 하나를 더 팔아서 수익을 보겠다는 짧은 시각이 아닌 아예 산업의 구조자체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전략이다. 환경 전반에 대한 분석과 내부역량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미래 전략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다큐를 완성해나가는 논리적 전개방식과 무릇 흡사하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배경

 케이스 분석이나 프로젝트는 팀구성원들의 토론을 통해 이루어진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과정에는

유명온라임 게임 개발자, 몇 십만 대가 팔린 카메라를 디자인했던 디자이너, 유명통신사 콘텐츠 기획자 등등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한다. 따라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가지고 수없이 토론을 거치게 되면 그들이 가진 경험적 배경이 결론을 도출하는 중요한 밑그림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진행했던 디지털컨버전스라는 6주 코스의 과목에서 주어진 과제는 서울의 버스정류장을 디지털컨버전스 개념에서 디자인하라는 과제였는데, 최종 발표에서 전문가들에게 호평을 받은 비즈니스 모델은 검색광고회사에서 온 학생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버스정류장을 활용한 체험광고 모델>이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모 카드회사가 최근에 광고를 시작한 버스정류장리모델링과 비슷한 아이디어였다)

 

PD CEO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계속해서 내가 느끼는 점은 경영(management)과 프로그램 제작은 비슷한 공통 분모가 아주 많다는 것이다. 경영은 책임을 가진 CEO를 중심으로 회사의 구성원들과 함께 최상의 서비스와 재화를 만들어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신규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고, Financing을 해야 하며, 효율적인 조직관리와 생산라인을 최적화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제작도 프로그램의 책임을 가진 연출자를 중심으로 작가, 출연자 등이 모여 시청자를 위한 최상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채널의 브랜드를 높이는 과정이다. 기획을 하고, 한정된 제작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부해야 하며, 적재적소에 스텝들을 배치시켜야 한다. 같이 일하는 스텝들의 사기도 최상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정을 갖게 된다.

 

 지난 학기중에, 개인적으로 친한 모PD에게 부탁하여 카이스트MBA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부탁한 적이 있다. 본인은 ‘PD가 신방과도 아닌 MBA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며 고사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학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 이유는 비단 그의 프로그램이 인기있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PD가 이야기한 제작프로세스에 MBA들이 관심을 갖는 경영에 대한 많은 부분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 많은 출연자들을 모두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투입하는지, 구성원 각각의 불만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등등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들이 그 PD의 제작가치관 안에 모두 녹아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런 점에서 제작 현장에서 갖는 고민과 CEO들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갖는 고민들은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PD들은 모두 CEO’. 

 

훌륭한 CEO의 조건

 

 CEO나 제작PD나 모두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나온다. 2007, LG 경제연구원에서 훌륭한 CEO의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덕목을 꼽았다. 앞을 예측하는 선견지명과 미래를 결정하는 창의성,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는 용병술, 구성원을 감동시키는 따뜻한 인간미,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의 열정, 조직을 생기 있게 하는 넘치는 활력, 정도를 걷는 정직함과 도덕성, 사회적 책임이 그것이다. 이와 더불어 얼마 전에 알게된 흥미로운 사실은 1955년 국내 100대기업 중 50년 후인 지금 현재 살아남은 기업은 단 7개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포춘지는 세계 100대기업 중에 앞으로 40년 후 4%만이 생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훌륭한 CEO의 이야기나 생존기업에 관한 이야기나 그 의미는 단지 회사에만 국한 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도 내가 속해 있는 조직도, 그리고 구성원 개인도 모두 해당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PD들이 모두 훌륭한 CEO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