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연구소에 잠깐 외출(?)중인 이태경선배가 2009년 10월 경 포맷비즈니스 관려해서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쓰셨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배면서 글 잘쓰기로 유명한PD선배다. 양해를 얻어 이 곳에 올리고자 한다. 걸음마 단계인 나나 우리 방송시장에서 흥미있게 볼 내용이다. 다음 주쯤 만나기로했으니, 그 때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고 좀 더 업데이트 하겠다.
방송문화연구소에 잠깐 외출(?)중인 이태경선배가 2009년 10월 경 포맷비즈니스 관려해서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쓰셨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배면서 글 잘쓰기로 유명한PD선배다. 양해를 얻어 이 곳에 올리고자 한다. 걸음마 단계인 나나 우리 방송시장에서 흥미있게 볼 내용이다. 다음 주쯤 만나기로했으니, 그 때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고 좀 더 업데이트 하겠다.
세계 포맷 비즈니스 시장 동향과 아시아 TV포맷의 가능성
세계 포맷 비즈니스 시장 동향과 아시아 TV포맷의 가능성
글 / 이태경 방송문화연구소 팀원
"차별화하라(Be different)." "노하우가 돈이다."( Knowhow is money.)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너무나 당연하지만 소홀하기 쉬운 이 명제가 향후 방송의 화두가 될 것임을 2009 BCWW 아시아 포맷 포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포럼에선 세계적인 포맷회사인 FremantleMedia와 2Waytraffic의 지역 책임자들이 아시아 포맷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들은 포맷비즈니스는 최근 세계 프로그램 시장에 일고 있는 트렌드임을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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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방송시장에서 완성된 프로그램 시장 규모는 거의 정체된 반면 포맷 라이센스 유통규모는 급성장하고 있다. 2007년 글로벌 포맷 시장 규모는 25억 유로(약 3조원)로 추정된다. 전 세계 방송 편성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이후 22%나 증가했고 최근 3년간 새롭게 유통된 포맷도 260여 개에 이른다. BBC World의 경우 2005년 총 2억 파운드의 매출액 중 완성된 프로그램 판매를 통한 매출액이 1억 6천만 파운드이고, 포맷 판매를 통한 매출액이 4천만 파운드 정도에 달한다.
그렇다면 글로벌 프로그램 시장에서 포맷 분야가 부상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광고 침체로 인한 수입 감소로 방송사들이 시청률 경쟁이 검증된 콘텐츠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드라마나 대형 기획물처럼 엄청난 제작비 투입에 따른 고수익 창출 high risk-high return보다는 적은 투입 비용으로 이미 국제시장에서 인정받은 포맷을 활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보증받을 수 있는 low risk-high return 전략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 졌다. 둘째, 인터넷으로 인한 콘텐츠 유통환경 변화이다.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시청자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세계 전역의 방송을 보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방송사들은 더 이상 프로그램 무단 복제나 표절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터넷 공간을 통한 홍보의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포맷 수입을 선호하고 있다. 무형의 자산인 포맷 아이디어가 법률적인 측면에서는 반드시 인정받을 순 없지만, 브랜딩이나 평판 측면에선 현실적인 가치가 훨씬 커지고 있기에 포맷비즈니스는 부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포맷 거래는 완성된 프로그램을 수출하는 것과 달리 방송시장의 보호무역장치를 피해갈 수는 수단이 된다. 방송의 보호무역 방법은 자막 또는 더빙사용 금지라거나, 특정국가의 쿼터제 유지 등으로 자국의 문화적 가치를 보호하려고 하는데, 방송사업자에게 있어 포맷은 공동제작과 함께 이러한 문화적 보호주의를 피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맷 비즈니스는 총체적인 방송 노하우 산업이다. 단순 아이디어 판매가 아닌 각국에서 성공한 프로그램 기획을 글로벌 시장에 진입시키려는 진화의 산물이다. 포맷은 제작을 넘어서 배급과 유통을 아우르는 모든 역량을 상품화한 것이다. 일단 포맷을 구매하면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권한 뿐 아니라 모든 노하우가 기록된 ‘Bible’이라 불리는 일종의 매뉴얼을 끼워준다. 여기에 이 Bible대로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제작할 수 있도록 컨설턴트(Consultant, 혹은 Flying producer)라 불리는 전문가를 현지로 파견받아 조언(혹은 한 수 지도)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촬영 세트 및 제작 스태프 제공, 원하면 아예 완제품까지 만들어주기도 한다. 콘텐츠 유통 측면에선 프로그램 관련 부가 수익사업 컨설팅과 협찬, PPL 유치, 온라인, 모바일 사업도 대행해주고 여기에서 생긴 이익까지 배분해 준다. 여기에다 포맷 가격을 현지 물가와 제작비 수준을 감안하여 책정해 주고 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American Idol>, <Big Brother>, <Ugly Betty>, <Survivor>, <Apprentice> 등과 같은 글로벌 히트작 들이 모두 이와 같은 '포맷' 형태로 유통되었던 사례들이다.
세계 포맷시장의 성장에 비춰볼 때 아시아 지역의 규모는 여전히 미미하다. 하지만 일찍이 아시아에 진출한 주요 포맷 회사들의 책임자들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1980년대부터 세계 포맷시장에 진출해 주요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 Nippon Television Network에서 만든 <Dragon's Den> 포맷은 세계 15개국가에 수출되어 프라임 타임에 방송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Dragon이라 불리는 전문 투자자 패널에게 펀딩을 받고자 설득하는 형식인데, BBC2에선 7시즌째 방송되고 있고 미국 ABC에선 첫 시즌이 나가고 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유지하되 세트와 등장인물, 주요 패널들을 각국의 문화에 맞게 현지화해서 호응을 받고 있다고 한다.
7시즌째 방송되고 있는 <Dragon's Den>
TBS, Nippon Television Network, Fuji TV와 같은 민영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포맷 수출은 그 역사가 깊다. 그중 TBS의 포맷 진출은 가장 돋보인다. 대표적 방송사는 프로그램으론 TBS의 동물만을 다루는 퀴즈쇼인 <Wakuwaku Animal Land> (재미있는 동물의 세계)라는 포맷을 1987년 네델란드에 판매하면서 그 후 세계 20개국에 방영되었다. TBS는 뒤이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한 꼭지인 ‘가토짱 겐짱 고기겐 텔레비전’ 포맷을 1989년 미국 ABC에 판매했는데, 미국은 이를 활용하여 <America`s Funniest Home Vidio>를 제작해 세계 80여개 국에 수출되면서 일반 시청자 참여·투고 형태의 유행을 가져왔다. 1990년대 중반에는 가족을 위해 미션을 수행하는 아빠의 도전을 담은 < Happy Family Plan>이 국제 에미상, 실버 로즈 상 등 국제상을 받음과 동시에 30개국에 수출되었다. 2000년엔 <Future Diary>라는 리얼리티 드라마라는 혁신적인 시도로 칸의 MIP에 상영되어 호평받았고, 미국 ABC <The Dating Experiment>라는 간판 프로그램으로 방영되며 16개국에 포맷을 수출했다. 이밖에도 Nippon Television Network는 1990년대 중반에 <Show-by Show-by>를 포함해서 몇 개의 퀴즈쇼 포맷을 스페인, 이탈리아, 타이, 그리고 홍콩에 판매했다. <Show-by Show-by>는 세계 곳곳의 기괴한 물건 매매와 상점을 보여주는 퀴즈쇼이다. Fuji TV는 <Iron Chef>라는 프로 요리사들이 경쟁하는 요리 엔터테인멘트 포맷을 미국 케이블에 판매해 인기가 높아져 미국 파라마운트 네트워크(Paramount Network)의 제작자들이 판권을 사서 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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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s Funniest Home Vid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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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ABC에서 방영되고 있는 The Dating Experiment |
이번 포럼에 참석한 FremantleMedia Japan 사장인 Shingo Ishyama는 일본 포맷의 경쟁력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시청률 0.1%라도 올리려는 치열한 경쟁의 산물임을 강조했다. 일본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사고방식을 최대한 파악해서 웃음과 정서적 흡입력을 높이려는 민영방송사들의 수많은 실험과 성취들이 자연스럽게 포맷 수출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특히 요즘 들어서 민방의 경영 수지 적자로 새로운 포맷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주로 제작비를 아낄 수 있는 일반인 참여 쇼 프로그램이나 정보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포럼에서 제기된 글로벌 포맷시장의 트렌드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Talent show
- 일반인의 재능을 발굴하거나 경연하는 포맷. 최근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포맷
<Idols> : 일반인 출연자들이 노래, 연기 등을 경연하여 최고 우승자는 연예인이 되는 포맷.
<Got Talent> : 출연자들의 장기자랑. 우리나라의 스타킹과 비슷한 포맷.
<The X Factor> : <Got Talent>의 업그레이드 버전, 출연자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심사평가위원들간의 경쟁을 도입.
<Soccer Prince> : 중국에서 방송, 축구에 재능있는 일반인을 발굴하여,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실제로 1년간 선수로 활동. 일반인 출연자를 축구선수로 변모시키는 다양한 훈련과정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도.
(2) Reality show
<THE APPRENTICE> : 재벌 사업가가 수습생을 모집하여 다양한 비즈니스 미션을 제공하는 포맷.
<Project Runway> : 국내에도 방송, 패션 디자이너를 선발하는 포맷. 실제로 슈퍼모델이 출연자들이 디자인한 의상을 입고 패션쇼. 드라마적 요소 가미.
<SHE'S GOT The LooK> : 35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모델을 선발하는 포맷. 35세 이상의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점이 포맷의 특징.
<Just Eat it> : 음식을 주제로 하는 포맷. 최근 음식관련 포맷이 인기가 높음.
(3) Factual Entertainment
- 미국에서는 라이프 스타일쇼로 부름. 최근 영미권에서 인기.
<How Clean is Your House> : 가장 뛰어난 두 명의 청소부가 가장 지저분한 집으로 선정된 대상자의 집을 방문하여 청소 노하우를 제공, 집 주인은 이에 따라 집을 청소하고 평가를 받음. 청소관련 팁을 제공한다는 점과 더러운 집이 깨끗한 집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도.
<The Farmer Wants A Wife> : 영국, 미국, 벨기에, 호주 등에서 인기리에 방송.농촌 총각과 미혼 여성의 만남을 제공하는 포맷, 여성들이 출연자인 농부들의 사진을 보고 원하는 농부에게 편지를 보냄. 농부들은 이를 보고 10명을 선택 후 미팅. 미팅 후 선정된 5명은 실제로 농부와 데이트를 즐김. 데이트 후 2명을 선택하면 이 여성들은 실제로 직접 농부와 함께 농촌 생활을 체험 후, 이 중 최종 선택.
(4) Game show
<Tough Reality> : 상금을 얻기 위해 두 개의 팀이 경쟁,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면 현금을 차지
(5) Panel show
<Nostalgia> : 애국과 향수를 코드로 하는 포맷, 두 개의 연예인팀과 시청자 팀이 자국에 관한 퀴즈 대결
<Your Face or Mine?> : 전통적인 패널쇼는 아니지만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끈 포맷. 출연자가 선택한 인물의 사진과 본인의 외모를 비교하고, 시청자들이 평가하는 포맷
세계적인 포맷비즈니스 회사의 중역들이 한국 포맷시장의 도약을 위해서 제안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글로벌 포맷 시장을 개척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형성할 것. 이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수요와 잠재력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축적되어 있으며 노하우가 풍부함으로 최대한 활용한다면 성공 사례를 창출할 것이라고 한다.
(2)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시장에서 먼저 검증하는 것이 우선이다. 포맷 수출을 위해선 적어도 프라임 타임에 파일럿 프로그램을 편성해 다양한 데이터와 시도를 축적해야 한다.
(3) 단순하고 독특하며 강력한 포맷 개발이 필요하다. 집에서 시청하는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성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 포맷 비즈니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프로그램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정한 품질을 제공해야 하며, 약속한 가치를 일관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포맷의 브랜드화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디어 빅뱅으로 일컬어지는 방통융합 환경에서 그 어느 때보다 차별화된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바로 그 중심에 창의적인 프로그램 포맷이 있음은 틀림없다. 하지만 최근 한류를 중심으로 나타난 뛰어난 국내 제작 역량과 경험에 비해 국내의 방송환경은 포맷을 개발해서 활용하는 기반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이다. 한국이 글로벌 포맷시장의 주역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창의적인 집단으로 하여금 포맷개발의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방송사에서는 제작자들로 하여금 성공적인 프로그램들의 제작 방식과 노하우를 꼼꼼히 기록하여 향후 포맷 거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해야 하며, 동시에 그동안 개발된 포맷 관련 자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할 것이다. 창의적 포맷 기획과 성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냐에 따라 방송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을 것이다.
http://office.kbs.co.kr/book1/contents_view.html?log_no=6762